비디오 증후군
글쓴이관리자 | 조회41 | 등록일2025-03-14 11: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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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증후군
하루 10 시간 이상 TV가 켜져 있는 가정에서는 눈을 맞추려고 해도 눈길을 돌리는 어린이의 비율이 96.6%에 달했다. 이는 TV가 켜져 있는 시간이 3 시간 미만인 집의 어린이가 눈길을 피하는 비율 37.5%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대인관계 발전이 늦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4~6 시간 TV가 켜져 있는 집 어린이가 눈길을 피하는 비율은 65.2%, 7~9 시간인 가정의 어린이는 90%였다.
언어 습득 부진도 두드러졌다.
이바라키(茨城)현립 어린이복지의료센터가 진찰한 4 살 7 개월 된 여자 어린이의 경우, 말을 잘 못하고 보육원에서도 늘 빛이 있는 쪽을 향해 앉는 등 집단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가정환경을 조사한 결과, 출생 직후부터 육아비디오를 장시간 보여준 것으로 드러났다. 비디오와 TV를 보여주지 말 것을 조언한 결과, 한 달 후 증세가 크게 호전된 것으로 밝혀졌다.
소아과 의사회는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젖을 먹이거나 식사 중에는 TV나 비디오를 보지 말고, TV를 시청하는 시간을 하루 2 시간 이내로 억제하며, 어린이 방에는 TV나 PC를 들여놓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상은 신문 기사의 일부다.
결론적으로 요약하여 다시 말하자면, 생후 24 개월 이전의 아이에게 발달심리 단계와 특성에 맞지 않는 환경적 자극을 지나치게 제공하여 아이가 그것에 반복 노출되면 사회성 발달과 언어발달에 이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거론되는 생후 24 개월 이전 아동의 발달심리 단계와 특성에 맞지 않는 환경적 자극이란 비디오나 TV 같은 시각적, 청각적 자극이며 그러한 유해 자극의 공통점은 기계적 자극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진료 현장에서 겪는 우리의 육아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고 비참하다. 여기에서 언급되지 않은 유해 자극들이 너무나 많이 있고 부모들은 이런 것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온갖 이름으로 행하여지는 조기교육, 영재교육, 유아교육 역시 비디오나 TV 이상으로 아이에게는 엄청난 해를 끼친다. 생후 24 개월 이전에 이런 의도적인 교육적 노력이나 자극이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전혀 그 과학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임상적으로 엄청난 해를 초래한다는 것이 명확한데도 우리 부모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일단 내 아이가 사회성 즉 대인관계나 부모 자녀관계를 포함한 인간 관계에서 문제점이 있거나, 언어 발달이나 언어 사용에 있어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되면 ‘애들이란 다들 저러고 자라는 것이다’라든지, ‘나이가 들면서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즉시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진료와 검사를 받고 아이를 도와주어야 한다. 진단과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아이의 문제는 여러 가지 발달상의 사안들과 뒤엉켜서 더 복잡해지고 완치는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직 소아과에서 소아정신과 영역의 문제를 진료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므로 소아과에 문의를 하거나 진료를 받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근래 십 여 년 이내에 이러한 심각한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핵가족의 세대 구성원인 여성이 모성적 역할을 하기가 어려워진데다가 높은 교육열과 비과학적인 상업적 교육 정보의 횡행, 합리적 육아 정보의 부족 등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흔히 ‘비디오 증후군’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이는 공식진단명은 아니며,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하여야 할 개념이자 용어이다. 대체적으로 생후 24 개월 이전에 외부 환경적 양육적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게 되는 큰 문제로는, 불안정 애착을 위시한 각종 애착장애나 문제, 언어 및 의사소통의 장애와 문제, 인관 관계상의 문제나 장애 즉 사회성 문제와 장애 등이 있지만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는 원인이 너무 다양하고 기질적인 원인도 고려하여야 하므로 겉으로 드러난 문제나 증상만으로 ‘비디오 증후군’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다.
또 비록 ‘비디오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부칠 수 있는 경우의 아이라 하더라도 치료 개시 당시의 발달 단계와 영역, 여타 심리적 문제와 모습들을 모두 감안하고 아이를 치료하여야 하므로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진단과 판단을 도외시한 단순한 판단과 치료적 노력으로 허송 세월을 보내거나 아이에게 또 다른 상처를 안겨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대체적으로 이런 아동은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계속 문제가 지속되는데, 해가 갈수록 아이 자체로는 조금씩 나아지거나 여러 가지 영역과 모습에서 변하는 것은 사실이나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 보면 항상 동일한 영역에서는 부족하거나 문제가 지속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아동들이 가지는 공통적이고 흔한 문제들은, 언어발달의 전반적인 지연, 혹은 언어의 과잉 발달, 언어사용 미숙과 혼란, 의사소통의 장애 등과, 대상관계 결여 및 애착관계 이상으로 인한 사회성 장애 및 불안정 애착, 그리고 유사 상황에서 반복되는 단순한 대인관계만 가능(요구-수용 방식)하여, 생활 중 발생하는 각종 상황 변동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고, 욕구충족의 지연이 어려우며(참을성이 없거나 너무 억제된 상태에서 기가 죽어 지냄), 인간관계를 결정하는 여러 가지 요소를 파악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대부분 생활이나 놀이 활동에서도 단순관계의 반복만을 추구하고, 다양한 것, 복잡한 것, 변화무쌍한 것에 대해 회피하거나 부담감을 가지는 경향이 생긴다. 이러한 일차적인 어려움으로 인하여 적절한 시기에 치료적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치료하게 되면 이차적인 합병증으로 정서불안, 품행장애, 부적응행동, 학습부진, 주의력결핍, 산만함, 자신감 결여와 우울한 성격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비디오 증후군’은 공식 진단명이 아니므로, 아스퍼거 증후군, 상세미상의 유사 자폐장애, 기타 정서 및 행동장애, 혹은 언어 및 사회성 장애, 상세미상의 발달장애 등이 공식적 진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나이가 들어서 진료를 받거나 합병증이 있으면 소아기 정서 및 행동장애 등으로 진단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진단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치료는 같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여러 가지 합병증이나 여타 문제로 인하여 추가 치료가 다양하게 이루어 질 수도 있다.
현 실정에서는 감별진단도 매우 중요하다. 가는 곳마다 진단이 달라지고 설명이 달라지고 치료 대책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소아정신과 특히 발달 심리분야는 아직 초창기를 겨우 지나 온 단계이다. 그러다 보니 부모로서는 어느 진단과 치료를 특별히 선택하여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증상 유무에 따라서 판단하는 현행의 진단 체계에서 진단은 다소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원인 설명과 치료에 대해서는 크게 달라서는 안될 것이다.
일단 기질적인 유사 질환들, 즉, 특수 발달장애의 합병증 상태, 복합적인 발달 지연이나 정신지체, 전반적 발달 장애 등과 감별하여야 한다. 동일한 치료법이 적용되기도 어렵고, 동일한 치료를 했을 때, 그 결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즉, 기질적인 질환에서는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기능성 질환인 경우에는 완치가 가능하다.
그리고 온갖 치료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그리 크게 심각하지 않은 사례를 완치하는데 대체적으로 일 이 년씩 소요가 되므로 문제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주변에서 이러한 아동과 부모를 만나게 되면, 일단 유해 자극을 차단하도록 하고, 아이에게
꼭 필요하고 좋은 양육 자극을 주도록 권장하자. 필요에 따라서는 지체하지 말고 소아정신과 진료를 받아 보도록 권하자. 내 아이든 남의 아이든 다 같이 잘 자라야 더불어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이다.